📌 이 주의 정치 이슈 심층 분석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각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민심이 얼마나 일치할 것인지, 결과를 도출해낸 과정에 왜곡된 부분은 없었을지, 향후 여론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등을 두고 분석이 치열합니다. 유리하게 나온 결과는 취하고 불리한 결과에는 흐린 눈을 하며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거나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꼼꼼히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전화면접 vs ARS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들의 조사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하는 전화면접 방식, 하나는 기계음에 응답하는 ARS 방식입니다. 각 방법이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어 무엇이 더 나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방법 모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두 방법을 다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화면접 방식의 경우 사람이 전화를 걸어 질문하기 때문에 응답을 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응답률이 높고 정치 무관심층이나 저관여층도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민심을 파악하고 특정 정책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기에 용이합니다. 특히 선거와 관련해서는 무당층의 여론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과 직접 통화를 하기 때문에 거짓말로 응답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사람과 직접 통화를 하기 때문에 내향적인 응답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위 ‘샤이 보수’나 ‘샤이 진보’가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무응답·잘 모름’의 비율이 높습니다.

 

ARS 방식은 사람이 직접 묻는 방식이 아닌, 녹음된 기계음을 통해 조사가 진행됩니다. 전화를 끊는 것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응답률이 낮고 조사가 진행되는 중간에 전화를 끊는 경우도 많습니다. ARS 방식의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들은 정치 고관여층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거절이 쉬운 만큼 응답을 끝까지 마치는 사람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사람과 직접 통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샤이 보수·샤이 진보층도 성향을 드러내기에 거부감이 적습니다. 전화면접 방식에 비해 ‘무응답·잘 모름’의 비율이 낮은 것이 이를 말해줍니다.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50%~60%대로 대통령 선거나 총선거에 비해 저조합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투표장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고관여층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ARS 방식의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에 수렴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무선전화 vs 유선전화

조사 방식의 차이도 있지만 조사 대상을 무선전화로 한정하느냐, 유선전화를 포함하느냐의 차이도 있습니다. 현대에는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유선전화를 두지 않는 가구가 많습니다. 아직까지 유선전화를 이용하는 계층은 자영업자 또는 고령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론조사는 전화를 받고 응답을 마쳐야 그 응답이 반영되는데, 유선전화에 응답한 사람은 전화가 온 시간에 집에 있던 사람일 것이고 그렇다면 학생이나 직장인은 제외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특정 계층이 과잉 대표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로 보수 성향을 가진 응답자들의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오늘날 가정용 전화기 보유율은 11.1%인 반면 휴대폰의 보유율은 99.5%입니다. 유선전화를 보유한 사람들도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유선전화를 포함할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유선전화를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선전화를 일정 비율 반영하는 여론조사가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유의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 문항 설계

여론조사 문항 설계에 따른 차이도 발생합니다. ‘프라이밍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프라이밍 효과는 ‘먼저 처리한 정보에 의해 떠오른 특정 개념이 뒤에 이어지는 정보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질문의 배열 순서가 응답자의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방선거 여론조사의 경우 후보 적합도를 묻기 전에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나 정당 지지도를 묻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한 응답자가 앞선 질문에서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하게 될 경우, 후속 질문에서 여당에 대한 지지와 여당 후보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특정 성향 강성 지지층의 응답에 미치는 영향은 적겠지만 중도 성향을 가진 응답자의 경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야권에서는 이런 질문 순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후보 적합도를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객관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경우 질문 순서가 다른 타 기관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론조사는 객관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보기에 따른 차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부산 북구갑에서 있었던 여론조사가 그랬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SBS 의뢰로 입소스 주식회사가 지난 1~3일 부산 북구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에게 무선전화면접 방식(무선 가상번호 100%, 응답률 14.4%,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후보 지지도는 하정우 후보 38%, 박민식 후보 26%, 한동훈 후보 21%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동일 기간 부산MBC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부산 북구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84명에게 유·무선ARS 방식(무선ARS 가상번호 84.3%, 유선ARS RDD 15.7%, 응답률 5.3%,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후보 적합도는 하정우 후보 34.3%, 박민식 후보 21.5%, 한동훈 후보 33.5%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인데도 한 후보의 지지율이 12.5%p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런 차이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분석됩니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조사 방법의 차이입니다. SBS-입소스 여론조사는 전화면접으로 진행됐고 부산MBC-한길리서치의 조사는 유·무선ARS로 진행됐습니다. ARS의 경우 정치 고관여층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반영되는데, 여기에 최근에는 포함하지 않는 유선ARS까지 포함됐고 그 비율도 15.7%로 높아 고령층·보수층의 응답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 방법의 차이가 12.5%p라는 큰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 후보가 강성 보수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하나의 원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선택지의 차이입니다. SBS-입소스 조사의 경우 적합도를 물을 때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국민의힘 박민식, 무소속 한동훈으로 이름 앞에 소속 정당을 붙였습니다. 반면, 부산MBC-한길리서치의 경우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로 이름 앞에 소속 정당을 붙이지 않고 마지막으로 수행한 직책을 붙였습니다. 호칭의 차이가 응답자의 인식의 차이를 자아냈다는 것입니다. 한동훈 후보의 경우에만 호칭에 정당명이 들어갔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한 후보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역의 모든 유권자가 출마한 후보의 정보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문항의 설계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상이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 하우스 이펙트

그 외에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는 ‘하우스 이펙트’가 있습니다. 하우스 이펙트란 여론조사 기관이나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의 성향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 고관여층은 ‘여론조사꽃’이 친 민주당 성향의 유튜버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기관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론조사꽃에서 실시하는 조사 전화를 받았을 때 친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김어준 씨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반 민주당·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다는 이유로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여론조사공정’의 경우 보수 언론의 의뢰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반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딱 들어맞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투표는 여론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이 아니라 투표장에 간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는 이유와 가지 않는 이유 사이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추세를 확인하고 지지율의 원인을 찾는 고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들로 여론조사를 완벽하게 해석해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완벽한 여론조사 번역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숫자 뒤에 숨겨진 의미를 올바르게 해석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필요합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취사선택도 경계해야 합니다. 유리하게 나온 결과만 취하며 안주하지 않아야 하고, 불리하게 나온 결과를 외면하지 말고 그 원인을 찾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 선거 여론조사 이해를 위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