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진화법이 식물국회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당들은 여야가 뒤바뀔 때마다 자신의 입맛에 따라 국회 선진화법을 피해가는 꼼수를 썼는데요. 이번 국회에서는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 처리 법정기한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갈수록 국회 선진화법의 존재감이 줄어드는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국회 선진화법을 피해 간 과거 꼼수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담뱃세 인상안(개별소비세법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 활용

 

2014년 11월 당시 여당이자 157석을 가진 새누리당은 ‘담뱃세 인상안’(개별소비세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고자 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이 개정안에 반대하며 심사를 ‘보이콧’하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였음. ‘예산안·예산부수법안은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12월 1일)에서 자동 부의’된다는 국회법 85조의3을 활용한 것. 결국 담뱃세 인상안은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처리됨

 

 

🏢 기업활력특별법: 국회법 개정안 일부러 상임위 부결시키기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 입법과제인 기업활력특별법 등을 처리하기 위해 우선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을 개정하고자 했음. 새누리당은 국회법 87조, ‘상임위가 부결한 법안은 본회의에 보고 7일 이내에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로 본회의 부의할 수 있다’를 활용하였음. 상임위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한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운영위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셀프 부결’한 뒤 30명 이상 동의서로 개정안 본회의 부의를 요청했음. 그러나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상정을 거부하면서 입법되지는 않았음

 

 

🐶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 트랙 지정: 동물국회의 재현

 

2019년 4월 국회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신속처리 대상 안건(패스트 트랙) 지정을 두고 동물국회를 재현했음. 더불어민주당이 앞서 말한 3건의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의안과를 찾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의안과를 점령해 문을 잠그고 들어가 버렸음. 이를 뚫기 위해 막는 측과 밤새 몸싸움을 함. 서류 제출을 물리력을 통해 막고 뚫고자 했기 때문. 당시만 해도 지금은 일상화가 된 업무망을 통한 법안 제출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몰랐음

 

 

⚖️ 공수처법 패스트 트랙: ‘사·보임’ 논란

 

공수처법 관련 상임위인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오신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수처법 패스트 트랙 지정에 반대했음. 그러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특위 위원 18명 중 패스트 트랙 지정에 필요한 11명(5분의 3)의 의결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청해 사임시키고 찬성파인 채이배·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보임시킴. 임시회기에는 회기 중 위원을 사보임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의장의 허가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국회법 48조 6항을 활용

 

 

🥩 살라미 전술: 필리버스터 부수기

 

2019년 12월 패스트 트랙 법안의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통과를 막고 있었음.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 106조의2 8항 ‘무제한 토론 실시 중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 토론은 종결되고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한다’를 활용해 임시국회 기간을 2~3일로 잡아 연속으로 임시국회 개회 및 폐회를 반복해 패스트 트랙 법안들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킴

 

 

😎 검수완박: 위장 탈당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한 조정위를 구성할 수 있음. 안건조정위는 총 6명인데 ‘여야 동수’로 구성되지만 무소속 등 비교섭단체가 있으면 3 : 2 : 1의 비율로 구성함. 그렇게 안건조정위에 상정된 안건은 위원 3분의 2 이상인 4명이 찬성하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음. 그런데 안건조정위원회에 배치하려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자 더불어민주당은 자당의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뒤, 검수완박법에 찬성하도록 하여 법안을 법사위로 넘겼음. 이후 본회의에서도 살라미 전술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며 통과시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