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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분의 속사정 | 합당 제안 이면의 정치 게임

 

 

“우리와 합칩시다.”

 

지난 22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게 합당을 제안했습니다. 큰 결단을 내린 듯한 비장한 모습과는 달리 정 대표의 발언으로 민주당은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시작은 정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논의가 없었다는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논란은 청와대와의 사전 소통 여부로 번졌고, 다음날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의원은 예정돼있던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대표에 대한 비판 입장을 냈습니다. 민주당 공보국은 정 대표의 합당 제의와 관련해 대통령과 전혀 논의한 바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양당 합당은 원칙적으론 청와대와 조국 대표, 정청래 대표 사이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절차’에 대한 논란으로 시작된 갈등이 이제는 ‘합당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로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논란 초기에 ‘대부분의 의원이 합당이라는 큰 원칙에는 공감하나, 정 대표의 일방적인 발표와 같은 절차에 아쉬움을 갖는 것 같다’는 의견과는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갈등은 민주당 내부에서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합당 제안 대상인 조국혁신당은 정 대표의 제안 이후 “지난 대선에서 혁신당의 대선 후보는 이재명 후보였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흡수 합당을 시사하는 발언 이후 결렬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왜, 지금?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완벽한 승리를 이뤄내겠다는 의지입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2025년 재보궐선거에서 정철원 당시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담양군수에 당선되는 등 특히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표가 분산되어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면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호남에서의 경쟁을 제거하고 민주당 이름으로 확실하게 모든 자리를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조국 조국혁신당 당대표는 이전부터 지방선거 또는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내비쳤는데, 합당을 하게 되면 조국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 후보들과 격전지에서의 단일화라는 복잡한 절차는 생략되면서 단일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하게 되면 위험한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표가 분산되는 것을 우려하는데, 이는 조국혁신당의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합당을 하지 않고 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조국혁신당이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 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을 품을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조국혁신당의 현재 지지율은 3%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2028년 총선을 준비하기에는 어려운 지지율입니다.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조국혁신당에게는 지방선거 연대를 명분으로 한 현시점에서의 합당이 적기입니다.

 

 

반발하는 더불어민주당 내부 분위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필요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합당 없이도 민주당의 승리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미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한 후보자들과 지역위원장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합당은 ‘확장’을 선택하겠다는 것인데 현재 민주당의 상황이 ‘안정’을 버리고 확장을 선택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확장이 필요한 쪽은 민주당이 아니라 조국혁신당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현 시점에서의 합당은 호남 승리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는 호남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서울이나 부산 같은 격전지에서의 승리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 28명이 ‘절차적 정당성 없는 독단적 합당 추진을 반대한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고,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앞서 말했던 조국혁신당의 위기를 이유로 지방선거가 끝나면 지금보다 더 자연스러운 형태로 흡수 합당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텐데, 이해당사자가 많은 지금 시기에 이렇게 진행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언론에서는 정 대표의 당대표 연임을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과연 정청래 대표에게 유리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정 대표의 당대표 연임을 위한 것이 되려면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 조국 대표가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조국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게 된다면 조국혁신당 당원들은 논란 속에서도 합당을 성사시킨 정 대표에게 표를 줄 수 있습니다. 조국 대표가 합당 직후 전당대회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당의 대표를 지냈던 조국 대표가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고 당직을 맡거나 최고위원 정도로 만족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부터 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고 있는 당대표-대통령 모델이 민주당 대권 주자가 거쳐야 할 과정으로 인식된 가운데,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조국 대표가 민주당 당대표에 욕심을 버린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다만, 조국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에 출마하여 당선된다면 정 대표의 연임에 유리한 구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합당이 성사되면 지방선거의 승리가 합당으로 인한 승리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 대통령의 성과보다는 합당을 추진한 정 대표의 성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정 대표가 당의 주도권을 계속해서 가져가게 된다면 조국혁신당의 세력들은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오찬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조국혁신당은 무슨 색이냐는 물음에 조국 대표는 ‘민주당보다 더 짙은 파란색’이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의견에 반대가 아닌 더 강경한 주장을 해왔고 정 대표는 검찰청 해체, 중수청공수청법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제동을 거는 모습도 몇 차례 보인 바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 내 계파로 구분되는 친명계/친청계를 놓고 본다면 조국혁신당은 친청계에 더 가까운 모습이기 때문에 정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조국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작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형기를 다 채우지 않은 채 출소한 만큼, 조국 대표가 안고 있는 부정적인 면모가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조국 대표의 부산 지역 출마가 거론되는 가운데, 부산은 조국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부산대 의전원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른 거부감이 조국 대표 개인의 선거 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로 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이재명 정부는 운동장을 가운데까지 쓰겠다는 확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위치한 조국혁신당이 더해진다면 중도층 표심이 민주당에게 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이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정청래 대표 리더십 평가의 기로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은 5월 14일부터 5월 15일입니다. 늦어도 5월 13일까지는 합당을 완료해야 합니다. 데드라인은 여유로우나 현재 분위기를 봐서는 과정이 녹록치는 않아보입니다. 조국혁신당은 합당 관련 협의에 대한 전권을 조국 대표에게 위임해 내부 잡음을 없애고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민주당은 정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내부 반발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 대표는 앞서 1인 1표제를 추진했다가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부결되어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당시 논란이 됐던 부분도 당내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정 대표의 합당 제안도 당내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재추진된 1인 1표제에 대한 당헌 개정 투표는 오는 2월 2일부터 3일까지 진행됩니다. 합당 절차에 있어서도 전 당원 투표가 진행됩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의 중간 평가 성격을 갖는다고 합니다. 다가오는 두 번의 투표는 정 대표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