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개요: 제6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배경과 구조
1. 위기 속의 리더십 선출
국민의힘은 현재 심각한 정치적 위기 국면 속에서 제6차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다. 당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 국민 여론과의 심각한 괴리를 방증한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6%에 불과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분석까지 제기되었다. 이러한 위기의 근원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가 남긴 깊은 내상과 분열이 자리 잡고 있다. 당은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에 선출될 지도부는 두 가지의 중차대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첫째, 분열되고 와해된 당 조직을 재건하고 당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둘째,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유능하고 효과적인 대안 야당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다.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이재명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을 두고 당내 노선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전당대회는 기회와 성장을 발판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축제의 장이 아니다. 오히려 존립의 위기 앞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방어적 성격이 짙다. 전당대회 전반에 흐르는 '위기', '재건', '투쟁'이라는 키워드는 당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당원들이 차기 지도자에게 바라는 역할이 국가 경영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가'보다는, 당을 위기에서 구해낼 '투사'에 더 가깝게 설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생존을 위한 비상 수술의 성격을 띠며, 이러한 배경은 후보들의 전략과 당원들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전당대회 절차 및 규칙
이번 전당대회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로 명명되었으며, 2025년 8월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OSCO)에서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예비경선(컷오프)과 본경선의 투표 반영 비율을 이원화한 데 있다. 이는 경선의 역학 구도와 후보들의 전략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 예비경선 (컷오프): 당 대표 후보 5명을 4명으로 압축하기 위해 치러진 예비경선은 '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의 비율을 적용했다. 과거 책임당원 100%로 치러지던 방식에서 '민심'을 대폭 반영하기 위한 변화였다.
- 본경선: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본경선에서는 투표 반영 비율이 '당원 투표 80%와 국민 여론조사 20%'로 변경된다.
- 결선투표: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위와 2위 후보를 대상으로 8월 24일과 25일 양일간 결선투표를 진행하며, 최종 당선자는 8월 26일에 발표된다.
이러한 이원적 선거 규칙은 후보들에게 '전략적 모순'을 강요한다. 예비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50%나 반영되는 국민 여론조사를 의식해 중도 확장성을 어필해야 하지만, 정작 당선을 결정짓는 본경선에서는 80%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당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본질적으로 후보들이 경선 초반에는 외연 확장을 시도하다가도, 본선에 가까워질수록 강성 당원들의 입맛에 맞는 선명성 경쟁에 매몰되도록 유도한다. 중도 노선을 표방했던 주진우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것은 이러한 규칙의 구조적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결국, 전당대회 규칙 자체가 중도적 목소리를 배제하고 당내 이념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3. 선출 직책 및 후보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을 이끌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해 당 대표 1명, 최고위원 4명, 청년최고위원 1명을 선출한다. 당 대표 경선에는 총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장동혁 의원, 조경태 의원, 주진우 의원이 그들이다. 최고위원 경선에는 12명의 후보가 등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②진행 현황: 예비경선부터 본경선까지
1. 컷오프: '찬탄' 대 '반탄' 구도의 확정
8월 5일과 6일 양일간 치러진 예비경선은 이번 전당대회의 구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었다. 8월 7일 발표된 결과는 전당대회의 핵심 대립 구도를 명확하게 정의했다.
- 당대표 경선 결과: 본경선 진출자는 김문수, 안철수, 장동혁, 조경태 후보로 확정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 사이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했던 주진우 후보는 탈락했다.
- 최고위원 경선 결과: 12명의 후보 중 8명이 본경선에 진출했다. 진출자는 김근식, 김민수, 김재원, 김태우, 손범규, 신동욱, 양향자, 최수진 후보다.
- 청년최고위원 경선 결과: 박홍준, 손수조, 우재준, 최우성 후보 4명만이 출마하여, 별도의 예비경선 없이 전원 본경선에 직행했다.
주진우 후보의 탈락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찬탄(贊彈)파'와 반대하는 '반탄(反彈)파' 사이의 '중간 지대'를 명시적으로 표방한 유일한 후보였다. 그의 탈락은 당이 처한 극심한 양극화의 필연적 결과였다. 탄핵이라는 당의 최대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대중 인지도가 낮은 가운데 더해 그의 중도적 입장은 '선명성 부족'으로 해석되었고, 어느 한쪽의 강력한 지지층도 결집하지 못했다. 이로써 당 대표 경선은 다각적인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닌, '찬탄' 2명 대 '반탄' 2명이라는 명확한 구도로 굳어지게 되었다.
2. 주요 후보자 명단 및 프로필
예비경선을 통해 본경선 무대에 오른 후보들은 당의 과거와 미래를 두고 뚜렷하게 대립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었다.
3. 주요 유세 및 토론회 경과
본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후보들은 당심 잡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당의 분열상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 후보자 비전발표회 (8월 3일): 5명의 예비후보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정견을 발표한 공식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더 이상 우리 당에 있지도 않은 분을 둘러싸고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 호소는 이후 경선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되었다.
-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8월 8일):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는 후보 간의 대립이 폭발하는 장이 되었다. 후보들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찬탄'과 '반탄'의 구도 아래 서로를 향한 날 선 공격을 주고받았다. 특히 이 행사에서 강성 지지자인 전한길 씨가 '찬탄파' 후보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전한길 씨에 대한 당차원의 제재가 논의되고 있지만 효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 제1차 TV 토론회 (8월 10일): 처음 열린 TV토론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반탄, 찬탄 후보가 강하게 맞붙었다.
③핵심 쟁점: 분열의 축, '탄핵'과 '혁신'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정책 대결을 넘어, 당의 정체성과 생존 전략을 둘러싼 근본적인 노선 투쟁의 장이 되고 있다. '탄핵'과 '혁신'이라는 두 키워드는 당이 마주한 분열의 축을 상징한다.
1. '찬탄' 대 '반탄'
'찬탄'과 '반탄'의 대립은 과거사에 대한 평가를 넘어,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두 개의 상이한 세계관의 충돌이다.
- '반탄'의 논리 (김문수, 장동혁): 이들은 당의 최우선 과제가 '이재명 전체주의 정부'에 맞선 강력하고 통일된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비상 계엄은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어쩔 수 없었으며, 윤 전 대통령 탄핵은 내부의 배신으로 인한 재앙적 사건이었다. 따라서 탄핵 국면에서 "당을 지키며 싸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충신이며, 이제 와서 혁신을 외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내부총질'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들의 핵심 메시지는 대여 투쟁을 갈망하는 강성 지지층에 직접적으로 호소한다.
- '찬탄'의 논리 (안철수, 조경태): 이들은 당의 위기가 국민적 신뢰 상실이라는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당이 '대수술'을 통해 과거의 잘못과 명확히 단절하고, 특히 계엄령 시도와 같은 '극단적 요소'와 선을 긋지 않으면 결코 효과적인 야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옹호할 수 없는 행위를 감싸는 것은 당을 도덕적, 정치적으로 파산시켜 정부 비판의 정당성마저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대립은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건 대리전의 성격을 띤다. '반탄' 진영이 제시하는 모델은 '성채(城砦) 보수주의'라 할 수 있다. 기존 강성 지지층의 충성도를 최우선으로 하고, 외부의 적(좌파)에 대한 투쟁으로 당의 정체성을 규정하며, 내부 비판을 배신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투쟁"을 강조하고 "배신자"를 공격하는 이들의 수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면, '찬탄' 진영이 추구하는 모델은 '확장적 보수주의'에 가깝다.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고 극단주의를 배격하며, 중도층 유권자를 되찾기 위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혁신"과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하는 것이 그 증거다. 이 두 모델은 양립이 불가능하며, 전당대회는 당원들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는 향후 수년간 당의 전략적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다.
2. '윤석열의 그림자'와 '전한길 논란'
보수 내부의 논쟁은 '윤석열'과 '전한길'이라는 구체적인 인물을 통해 더욱 격화되고 있다.
- 윤석열이라는 변수: 윤 전 대통령의 존재는 모든 토론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반탄' 진영의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원할 경우 재입당을 허용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충성도 시험처럼 받아들여졌다. '찬탄' 진영은 즉시 이를 '국민의힘을 계엄 옹호 정당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며, 당을 재기 불능의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공격했다.
- '전한길 논란'이라는 축소판: 대구 연설회에서 벌어진 전한길 씨의 "배신자" 소동과 그에 대한 후보들의 반응은 당내 갈등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 '찬탄'의 반응: 안철수, 조경태 후보는 이를 '정치 깡패'에 비유하며 강력히 규탄하고 전 씨의 출당을 요구했다. 당이 극단적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 '반탄'의 반응: 김문수, 장동혁 후보는 "내부 인사에게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단합을 강조하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강성 지지층을 숙청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결국 '전한길 논란'은 한 개인의 돌출 행동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지도부가 당내 극단주의 세력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찬탄' 진영의 출당 요구는 중도층에 어필하기 위해 강성 지지층 일부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의 표현이다. 반면 '반탄' 진영의 관용적 태도는 이들 강성 지지층이 자신들의 핵심 지지 기반이며, 이들을 내치는 것은 전당대회 승리를 위한 전략상 '정치적 자살행위'라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 이 사건은 전당대회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전략(강성 지지층 보호)과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전략(중도층 확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당의 딜레마를 완벽하게 요약해 보여준다.
3. 혁신이냐, 단합이냐: 당 재건의 방법론
당 재건의 방법론을 두고도 두 진영은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 '혁신' 우선론: 안철수, 조경태 후보 등은 혁신 없는 단합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낮은 지지율 자체가 국민이 현재의 국민의힘을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인적 쇄신과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고통스러운 '혁신'과 '쇄신'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단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단합' 우선론: 김문수, 장동혁 후보 등은 "단합이 곧 혁신"이라고 맞선다. 당의 위기는 이념의 실패가 아니라 내부 분열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지금은 모든 내부 갈등을 멈추고 '단합'하여 대여 투쟁에 전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혁신 요구는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일 뿐이다.
두 진영의 논쟁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단합' 우선론은 당에 대한 국민의 명백한 거부 신호를 외면하고 있다. 반면 '혁신' 우선론은 변화에 대한 당원들의 뿌리 깊은 저항감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원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후보들은 당원이라는 특정 청중을 향해 연설하면서도, 마치 국민 전체를 향해 말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이로 인해 전당대회는 대중이 소외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으며, 되찾고자 하는 바로 그 국민 여론으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④향후 예상: 전당대회 이후의 국민의힘과 정국
1. 당권 향방 예측: '당심'이 가를 승부
이번 전당대회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는 본경선에 적용되는 '당원 투표 80%' 룰이다. 이 구조는 국민 여론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조직되고 동기 부여된 강성 당원들의 '당심' 영향력을 극대화한다.
모든 지표는 이러한 구조가 '반탄' 진영의 김문수, 장동혁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단합, 투쟁, 충성이라는 이들의 메시지는 당원 투표의 핵심 유권자층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들이 당의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 유세에 집중하는 것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반탄' 성향 후보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점은 '반탄' 진영이 지도부를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따라서 예측 불가능한 중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선거의 수학적 구조는 '반탄' 진영의 승리를 강력하게 예고하고 있다. TV 토론회나 합동연설회가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탄핵을 둘러싼 전쟁에서 자신의 편을 결정한 당원들의 표심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거 규칙 자체가 이미 특정 성향의 후보에게 구조적 우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경선 결과는 상당 부분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2. 시나리오 분석: 당선자에 따른 당의 미래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의 미래는 극명하게 다른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
- 시나리오 A: '반탄' 진영의 승리 (김문수 또는 장동혁 당선)
- 전망: 당은 이념적 순수성과 대정부 강경 투쟁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급격히 내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지도부는 중도 확장을 위한 노력보다는 보수 강성 지지층 결집에 주력할 것이다. '찬탄' 진영은 소외되거나 숙청의 대상이 되어, 표면적으로는 강압적인 단합이 이뤄지겠지만 내부는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이념적 경직성으로 인해 외연 확장에 실패하고,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고착화되면서 '찻잔 속 태풍'에 머무는 영구적 소수 야당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현재의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될 수 있다.
- 시나리오 B: '찬탄' 진영의 승리 (안철수 또는 조경태 당선)
- 전망: 이는 즉각적이고 격렬한 내전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신임 대표의 '혁신'을 위한 권한은 강력한 '반탄' 세력과 상당수 당원들에 의해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지도부는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과 싸우는 데 모든 정치적 자산을 소진하게 될 것이다. 초반에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겠지만, 이어질 극심한 혼란은 무능과 분열의 이미지만을 부각시켜 진정한 쇄신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최악의 경우 공식적인 분당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⑤총평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는 당이 처한 핵심적인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즉,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길이 국가 단위의 선거에서 패배하는 길과 거의 일치한다는 역설이다. '당원 80%'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메시지는, 당이 권력을 되찾기 위해 반드시 설득해야 할 광범위한 국민 여론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치유와 재건의 장이 아니라, 내부의 갈등을 고통스럽게 노출하는 과정에 가깝다. '성채 보수주의'와 '확장적 보수주의' 사이의 근본적인 갈등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승리한 한쪽 진영이 깊이 분열되고 약화된 정당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행사는 당의 상처를 봉합하기보다는 더욱 깊게 후벼 파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대한민국 주요 정치 세력으로서 국민의힘의 미래 존립 가능성 자체에 심각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상처를 드러냈다는 것은 치유의 방향도 함께 드러났다는 뜻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성채 보수주의’가 지키려 한 원칙과 ‘확장적 보수주의’가 넓히려 한 외연을 대립의 축이 아니라 상호보완의 자산으로 묶어야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이를 위해서는 서로 물러서는 수밖에 없다. 새로 선출될 지도부가 당내 갈등을 ‘누가 맞느냐’의 프레임에서 ‘어떻게 민생을 바꾸느냐’의 경쟁으로 전환한다면, 분열은 학습이 되고 논쟁은 역량이 된다. 그렇게 실천이 뒤따를 때,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상처를 깊게 한 사건이 아니라, 보수의 원칙과 확장을 결합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재건의 출발선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