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최근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었나요?

 

생산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것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토론에서 나온 '키높이 구두', '보정속옷', '바퀴벌레'는 참 기억에 남았다는 점입니다.

 

반면 민주당의 경선 예비후보 토론은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나요?

 

일부 언론에서는 흥행 참패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책보다 가십이 소비되는 선거 토론회의 장면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닐 것입니다.

 

과거 대선 토론회를 돌이켜보면 ‘손바닥 王자’, ‘MB아바타’ 등 당시의 모든 흐름을 지배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한마디는 ‘밈’화로 회자되었고 그간 있었던 모든 여론과 대선 국면을 크게 흔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의 “Because you’d be in jail!” 발언은 당시 경제, 의료 개혁 등 모든 정책을 덮어버린 장면이 되기도 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선거 토론은 곧 정책 경쟁의 무대여야 하지만 현실은 늘 반대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비판하면서도 그 장면만 소비하고, ‘짜친 가십’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장면의 영상 조회수는 다른 것을 압도합니다.

 

인간 본성에 기반한, 재미를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은 어쩔 수 없을까요?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퇴행적 정치 문화의 반복일까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고 본선이 시작된다면, 정치 토론은 누가 더 심한 가십거리를 끄집어내느냐를 겨루는 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 무대의 규칙을 정하는 것도, 선택하는 것도 우리 유권자일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장면에 환호하고 박수치고 때로는 분노하는지가 앞으로의 정치 토론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한 번 자문해봅시다.

 

우리는 정말 선거 토론에서 정책을 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또 다시 제2의 키높이 구두 등의 발언이 나오며 ‘모두의 비밀’과 같은 내용을 속 시원하게 끄집어 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