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을 통과하며 우리 사회는 단지 한 사람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정치를 견뎌낼 수 없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 리더십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 부재 사례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마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비싼 수업료였습니다. 탄핵은 결국 민주주의가 써 내려간 가장 냉혹한 청구서가 됐습니다.
이 청구서의 납부 유예는 불가합니다. 이 비용은 오롯이 차기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차기 정치 지도자가 필요할까요?
가장 먼저 ‘정치 리더십 부재에 따른 국가 시스템 복원’ 입니다. 국정 운영의 기본 원칙과 헌정 질서를 지키는 지도자, 권력 기관 간의 균형과 견제를 복원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국가 시스템 붕괴를 야기한 계엄의 뒷처리도 갚아야 할 이자입니다.
두 번째는 ‘경제 위기 극복’입니다. GDP 성장률 둔화, 실질임금 3년 연속 하락, 환율 급등 등 악재가 겹친 경제 한파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숫자만을 내세울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근본적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경제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 번째는 ‘갈등 조정과 통합’입니다. 지역, 세대, 젠더, 이념 갈등이 악화된 사회를 치유해야 합니다. ‘누구의 대통령’이 아닌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는 ‘무너진 외교의 위상 회복’입니다. 국익보다 진영논리를 우선시하고 전략보다 감정이 앞선 외교는 결국 신뢰 상실로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서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한미동맹과 한중·한일 관계를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는 리더, 글로벌 의제를 주도할 수 있는 ‘국가대표’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다섯 번째는 ‘AI 시대로 대변되는 기술패권 경쟁 확보’입니다. AI, 반도체, 디지털 전환 등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지금, 미래를 읽지 못하는 지도자는 곧 국가 경쟁력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지도자가 아니라 기술이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설계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국민은 이제 새로운 정치 리더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될 시대를 넘어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이 청구서는 유예할 수 없습니다. 그 책임은 이제 새로운 리더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