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 기본법' 초안을 작성했던 前 보좌관의 시선
 
 

주4일제라니,, 상상만 해도 정말 즐겁습니다.

주4일제가 시행된다면 이제 일주일 중 3일은 가족과 함께 하거나, 편안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각종 상임위 회의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잡힙니다.

언론 인터뷰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출연합니다.

각종 메시지, 보도자료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작성합니다.

우리의 영감님들은 매주 목요일 지역구로 가십니다.

 

행복합니다. 상상만해도 국회에서 일하는 동기부여가 충만해질 것 같습니다.

주4일 출근만 확실하다면 밥 먹는 듯 하는 야근도 참을 수 있습니다.

주4일제가 현실이 된다면 헌정 사상, 여의도 국회 시대 이래로 (보좌진들이 평가하는)정치권 최고의 업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와닿지 않습니다.

네 안타깝지만 현실성이 없습니다.

 

수 많은 보좌진들이 우스갯소리로 얘기합니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지 법을 지키는 곳은 아니다”

 

저는 21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실 노동담당비서관 역임했고,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일하는 사람은 동등하게 대우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제정법  ‘일하는 사람 기본법’ 초안을 성안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보좌진의 노동환경 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깁니다.

많은 보좌진 여러분들이 국회에서 행복하고 자긍심 있게 일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심 기대도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도 우리 국회와는 상관 없는 얘기일 것이라고 했지만 꽤나 많은 곳이 실제로 재택근무를 시행했습니다.

 

사회의 보편적인 변화는 국회라도 예외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말까지 예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공휴일에 갑자기 회의가 잡히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월요일 회의를 위해 주말 질의서 작성을 걱정해야 합니다.

 

정치적 극적 타결은 왜 항상 금요일이나 주말에 많이 일어날까요?

하물며 비상계엄이 토요일날 터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주4일제는 어렵습니다. 보좌진 여러분들은 입법노동자면서 근로조건이 조금은 특수할 수 있는 특수노동자입니다.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적폐를 최일선에서 조금씩 개선시키고 있지만 본인들은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압니다.

주4일제는 보좌진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는 것을.

 

그것은 그저 훈장이고 명예입니다. 내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에겐 국회에서 일한다는 소명 의식과 자부심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매일매일 가스라이팅 당하며 자기 합리화와 희망 고문을 반복하고 있는 그대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