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과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는 바로 기자입니다. 정치부 기자는 국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 중의 하나인데요. 기자 출신이 국회에 보좌진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국회 보좌진을 하다가 정치부 기자로 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여기 그 흔치 않은 경험을 한 분을 모셨습니다. 정치부 기자에서 머니투데이 더300의 국감스코어보드를 만들 때 있었던 이야기까지, 재미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인터뷰해주신 박용규님께서는 '보좌진의 정무 감각 기르기'를 주제로 매월 글을 기고해주실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국회 보좌진이 된 계기
"정치의 선한 영향력을 국회에서 입법으로 풀어보자"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전공으로 정치학을 택한 이유는 학문적인 관심도 컸지만 ‘정치가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해서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석사를 하다가 취업 시기를 놓치고, 29살에 군대를 갔다 왔더니 더 늦어져서 박사까지 하니까 33살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일반 기업 취직을 하기엔 늦은 나이인데다가 준비도 안 되어 있었고, 당시 필요한 스펙도 없었습니다. 영어, 해외연수, 인턴십 같은 것 등이 전무했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정치학을 선택했던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기자등이 있었는데 여러 선배들의 권유도 있었고, 스스로도 내가 생각한 정치의 선한 영향력을 국회에서 입법으로 풀어보자고 생각하고 국회로 오게 되었습니다.
🎙️국회 보좌진을 하면서 기억 나는 일
"더 좋은 세상을 향한 도전 의식은 있어야 보좌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들리지 않으며 보좌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정도의 소명의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향한 도전 의식은 있어야 보좌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그러한 마음으로 2010년부터 국회에 있다가 기자생활도 했고 다시 국회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법을 만들 때도 입법이라는 것이 제도개선이 필요해서 하는 것도 있지만, 입법은 세상에 아젠다를 던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길을 닦는 것이 입법인 것이죠. 그래서 법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한 200개 정도 법안을 발의 했는데요. 굵직한 입법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만 이야기를 해본다면, 이전에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증인을 출석시키려 한다면 증인 출석 요구서를 직접 갖다 줘야했는데요. 증인이 문을 안 열고 요구서를 안 받으면 국회에 출석을 안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사람이 우병우였습니다. 국회 출석 요구서를 안 받고 출석을 피하고 있어서 고민을 하던 차에 민법에 있는 공시송달(공시하면 수신한 것으로 간주)을 떠올렸습니다. 국회법의 증인 출석 요청도 공시송달로 바꿔버렸고 운영위에서 6개월만에 통과되었습니다. 이제는 증인이 고의로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아도 출석요구서를 공시한다면 증인 출석 대상자는 국회에 출석을 해야 합니다. 이후 국회 홈페이지에도 공시송달 탭도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 일로 국회의 한 역사를 썼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을 통해 인터넷 은행 설립 해법을 제시한 적도 있고, 대기업 집단을 지정하는 기준이 담긴 시행령을 법제화하기도 했습니다. 또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 번 쓴 것도 기억이 납니다. 당시 1만4,000자 길이로 두 번 정도 쓰고 나니까 국회에서 글쓰기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기자로 간 계기와 활동
"기자를 하고 국회에 복귀하니까 몸 값이 확 올라갔던 것입니다."
기자는 내가 만일 다른 직업을 한다면 무엇을 할까 했던 직업이었습니다. 2018년에 모셨던 의원님이 공천을 못 받아서 공공기관에 잠시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국회로 돌아 왔는데 재미가 없었습니다. 마침 머니투데이가 더300을 만들면서 경력 특채로 보좌진 출신, 당직자 출신을 뽑으려 하더라고요. 그 때 재미있겠다 하고 언론사로 갔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정치부 기자로 일을 했습니다.
기자란 직업은 내가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것입니다. 보좌진은 그림자고 참모인데 리더 앞에 서면 참모가 아닙니다. 옆에 있거나 뒤에 있거나 해야 하죠. 그러나 기자는 내 자신이 컨텐츠입니다. 그게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당시 머니투데이 더300에서 국정감사 스코어보드라고 국회의원들 별점 평가를 시작했는데요. 그것을 처음 시행했던 멤버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 일을 하고 첫 해에는 항의가 들어오고, 두 번째 해는 반반이더니, 세 번째 해는 선처를 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상위 20% 하위 20%만 공개 했는데 하위에서 항의가 엄청 들어왔었고, 그 사이 순위에 없는 국회의원들도 항의 했었습니다. 저희도 엑셀로 평가 항목을 만들고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중에는 매일 별점이 나오니까 한 두 번 정도만 힘을 줘서 1, 2등 랭크를 받으면 그걸로 의정보고서 쓰는 식으로 활용하기도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기자라는 직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을 이야기 한다면, 기자로 가기 전에는 국회 경력이 몇 년 안 되었지만 기자를 하고 국회에 복귀하니까 몸 값이 확 올라갔던 것입니다. 2년 동안 거의 매일 기사를 쓰다보니 거의 1,000개의 기사를 썼는데요. 그러고나니까 저의 글쓰기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사람들이 의심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정무적인 메시지를 매일 아침 당에서 쓰기도 했습니다.
🎙️보좌진이 기자가 되는 것은?
"기자 1년이 보좌진 3년 정도 쳐준다는 느낌입니다."
보좌진은 정무적인 감각 같은 것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원내대표실, 정책의장실 등에 있어야 그나마 정무적인 것을 볼 기회가 있는데요. 저는 정치부 기자를 2년 하니까 보는 눈이 확 달라졌습니다. 새누리당 출입이었을 때 의원들이 저한테 문의도 많이 하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기자를 하면서 정무적인 감각을 많이 키웠습니다.
보좌진분들에게도 기회가 되면 기자가 되어보라고 권하고는 싶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고, 커리어상으로도 다음 스텝을 갈 때, 기자 1년이 보좌진 3년 정도 쳐준다는 느낌입니다. 기자생활을 했다는 것이 그 이후에 다시 국회로 와서 의원실로 가든, 기업으로 가든 매우 크게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자였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 한다며, 사람들이 저를 '현상을 날카롭게 짚어낼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글을 잘 쓸 것이라는 기대도 받습니다.
또 하나는 네트워킹입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와 ‘내가 들어서 아는데’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국회에 다시 와서 정치부 기자를 만날 때, 기자 출신이란 것을 밝히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기자들의 일상을 안다는 것, 그들이 아는 용어를 쓰는 것, 들어서 아는게 아니라 해서 아는 것을 말해줄 때, 발제, 취재에 대한 감정을 공유할 때, 기자들로부터 혜택을 받습니다.
국회 출신들을 경력 공채로 뽑는 곳은 많지 않으니, 신입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긴 할 것 입니다. 본인이 가진 컨텐츠가 뛰어나면 오퍼를 넣어서 받아줄 수도 있습니다. 과거 몇 언론사들이 정치 관련 프로젝트를 만들 때 소수를 뽑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보좌진을 하다가 기자 하다가 다시 국회로 온 케이스가 거의 없긴 합니다. 따러서 기자가 아니어도 자기 컨텐츠를 드러낼 수 있는 글들을 계속 쓰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제된 내용으로 글을 쓰시길 바랍니다.
🎙️보좌진에게 하고 싶은 말
"국회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획자의 공간입니다."
개인적으로 보좌진을 직업으로 택한 자기만의 목적(왜?)를 잘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왜?’를 잘 못 세우면 단순 월급쟁이가 됩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불만입니다. 그런 세상이다 보니, 저는 자신만의 목적을 제대로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국회는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공간입니다. 비즈니스와 비교하자면 소위 기획자라 할 수 있습니다. 국회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획자의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에 대한 고민이 없고 시키는 것만 하면 여기서는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에 익숙해야 하고, 변화가 당연해야 하고,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더불어 세상을 보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의원실 운영을 좀 효율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워라밸보다 중요한 것이 일과 삶의 분리라고 생각하는데 국회에는 그것이 없습니다. 불필요한 야근을 하지 않고, 보좌관들이 집에 안 가서 다른 직원들 퇴근을 막지 말고, 금요일에 일 시키지 말고. 그런 것들이 잘 된다면 의원실 분위기도 좋고 효율적인 국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 해주신 박용규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