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고장 난 여의도, '중도 정치 유튜브가 답이다’

- '미디어 100년'을 달린 남자가 말하는 '진짜 정치 유튜브' 생존법, 그리고 보좌진을 위한 뼈 있는 조언

- 유튜브 채널 '센터필드'의 고승혁 대표(소프트콘 컴퍼니)를 만나다

"저는 자기소개할 때 '미디어 100년을 달렸다'라고 표현합니다. 1920년대 매체인 신문(국민일보), 1960년대 매체인 방송(JTBC), 그리고 2020년대 매체인 유튜브와 스타트업까지. 메이저 언론계에서 이 스펙트럼을 다 겪어본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을걸요?"

자신을 '미디어 100년의 산증인'이라 소개합니다. 정치부 기자로 시작해 주요 방송사에서 진행자로 활약하다가 '대장동' 관련 보도로 관훈언론상 및 한국방송기자대상을 수상한 전도유망한 기자에 정치 스타트업 대표를 거쳐 이제는 정치 유튜브의 최전선에 선 고승혁 대표를 만났는데요.

그가 굳이 가시밭길인 '정치 유튜브' 판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가 국회 보좌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유튜브 생존 꿀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왜 하필 지금 '정치 유튜브'인가?

유튜브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지금 유튜브 판을 보면 극단적인 '개딸' 아니면 극단적인 '태극기'가 좌우하잖아요. 합리적인 사람들, 논리와 팩트를 가지고 정치를 대화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처음엔 데이터 기반의 '옥소폴리틱스'로 시도했는데, 결국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유튜브더라고요. '현재의 유튜브조차 섭렵 못 하는데 미래를 논할 수 있나' 싶어서, 극단으로 치우친 알고리즘을 깨보자는 심정으로 뛰어들었죠.

🎙️'중도'를 표방하면 오히려 양쪽에서 모두 비판을 받지 않을까?

맞아요. '재미없는 중도' 아니냐, '양비론' 아니냐는 지적이 가장 뼈아프죠. 하지만 저는 기계적 양비론이 아니라 '잘한 건 잘했다, 못한 건 못했다'고 말하는 게 진짜 중립이라고 봅니다.

지금 정치권은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남의 편은 범죄자'라고 몰아가잖아요. 저희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는 다당제적 사회를 지향합니다. AI 시대에 정당이 딸랑 두 개? 말이 안 되죠. 민주당도 부자 감세, 국힘도 부자 감세면 투표할 이유가 없잖아요. 알고리즘도 지금 양당제처럼 갈라져 있는데, 저희가 '제3의 포스트'를 박아서 알고리즘의 다당제를 만들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저희 콘텐츠를 만들면서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은 알고리즘의 왜곡을 교정해 보자. 알고리즘이 지금 두 군데로 보내고 있는데 다른 제3의 지점이 없으니까 알고리즘도 거기로 보내는 거거든요. 제3의 지점에 포스트를 한 번 박아두면, 앞으로 제3의 목소리를 내는 유튜버들이 그쪽으로 좀 몰려갈 수 있지 않을까. 알고리즘이 지금 두 개로 되어 있는데 못해도 세 개, 네 개로 만들자. 알고리즘도 지금 양당정치처럼 되어 있는 거예요. 알고리즘도 다당제를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역시나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적 독립이 필수적이잖아요. 왜냐하면 슈퍼챗으로 운영하면 그분들 목소리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것을 유의하고 있습니다.

🎙️그럼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을 텐데?

돈 안 됩니다(웃음). 양극단으로 가서 '이재명 나쁜 놈!', '윤석열 나쁜 놈!' 외쳐야 슈퍼챗이 쏟아지는데, 저희는 그걸 안 하니까요. 슈퍼챗으로 운영하면 결국 그분들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재정적 독립을 위해 투자자들을 열심히 만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댓글창이 '난장판'이 될 때예요. 다른 채널은 똑같은 생각 가진 사람들끼리만 노는데, 저희는 민주당 지지자, 국힘 지지자가 뒤섞여서 싸우거든요. 저는 그 '난장판'이 오히려 건강한 다양성이고, 콘텐츠적 재미라고 봅니다.

🎙️중립적인 위치의 정치 유튜브를 하면 오히려 적극 지지층에 외면 받지 않을까?

이게 둘 중에 하난데요, 하나는 아무도 안 온다. 두 번째는 둘 다 와서 난장판이 된다. 이왕이면 둘 다 와서 난장판이 되는 편이 낫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많이 볼 때는 둘 다 와서 난장판이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죠. 어제만 해도 어제 라이브가 한 65,000뷰 정도 나왔는데 난리가 났었어요. 민주당 지지자, 국민의힘 지지자분들이 다 오셨습니다.

저는 그래서 댓글창의 다양성도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유튜브 보면 똑같은 생각 가진 사람들끼리만 댓글 달고 있는데 저희 유튜브에는 왼쪽, 오른쪽, 1번, 2번 다양한 분들의 선호가 댓글에 나오기 때문에 그걸 보는 것도 컨텐츠적인 재미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있다면?

언론계에서는 오래된 중립보도의 준칙이 있습니다. 영국 BBC가 문 열었을 때, 왕실에서 허가를 받잖아요. 그러니까 중립이 지켜야 되잖아요. 그때 BBC 위원회에서 정한 게 여당 6, 야당 4 정도. 여당 비판을 더 많이 하는 게 중립이에요.

사람들이 5대 5라고 생각하잖아요. 야당을 비판해서 뭐 하겠습니까? 야당은 세금을 정하는 것도 아니고 정책을 정하는 것도 아니고 힘이 없는데. 여당을 메인으로 비판하는 게 중립이다. 이런 오래된 준칙을 우리 시청자들한테도 많이 소개해 드리고 있고.

윤석열 정부 때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얘기를 많이 하는 거고, 이재명 정부 때는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얘기를 많이 하는 거니까 인기는 없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게 더욱 중립에 가깝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시청자들한테도 설명을 하고 있어요. 지금 국정에 책임을 진 사람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게 더 메이저한 중립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정무적 판단이 조금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윤석열 내란시기에는 윤석열 씨 내란 관련 뉴스가 메인이잖아요. 그거를 다룬다고 해서 민주당 편이 되거나 국민의힘 편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해서 윤석열 내란 관련 이슈를 다루는데 이제 제목을 달 때도 VS 형식으로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양쪽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제목을 취사 선택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고. 이게 되게 어려운 이슈인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 영상을 찍으면 이재명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얘기 나올 때는 이제 그 엄청나게 이제 태극기 부대들이 많이 들어오시고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에게 부정적인 보도가 나가게 되면 반대쪽에서 많이 들어오시고 해 가지고 왔다 갔다 하고 있거든요.

근데 이 왔다 갔다를 계속 하다 보니까, 컨텐츠 자체가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요새는 약간 중도로 분류되는 듯한 알고리즘의 그런 피드백이 조금은 느껴지는 듯한 상황이 이제는 된 것 같습니다.

🎙️보좌진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이다. 의원실 유튜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터지나?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첫째, 의정보고서 영상화는 제발 그만. 그거 진짜 '노잼'입니다. 의무감으로 만드는 거지 아무도 안 봐요.

둘째, '영감님' 말 끊는 연습을 시켜라. 의원님들, 마이크 잡으면 '그래서, 그래서...' 하면서 30분씩 말씀하시잖아요. 그거 유튜브에선 절대 안 통합니다. '15초 안에 주제 던지고, 1분 안에 끝내라'고 트레이닝 시켜야 돼요. 예전 대정부 질문 때 짤막하게 치고받는 영상들이 왜 터졌겠어요? 그게 품격이거든요.

셋째, '웃긴 사람' 말고 '중요한 사람'이 돼라. 밈(Meme) 써서 망가지는 거? 저는 반대입니다. 뉴스는 딱 두 부류예요. 중요한 사람, 아니면 웃긴 사람. 웃긴 사람이 되면 정치 생명력 오래 못 갑니다. 차라리 '안 유명한 의원이 유명한 주제'를 다루세요. 예민한 주제에 대해 소리 지르지 않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발화점에서 이야기할 때 소구력이 생깁니다.

동시에 인간적 매력을 드러내야 되니까 인간적 매력을 드러내려면 본인 혼자 나오면 안 좋아요. 보좌진이 같이 나오는 게 좋아요. 나오기 싫겠죠. 물론 여러분들의 마음 이해합니다. 굳이 거기 얼굴 내밀고 싶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회수를 위해 의원님 옆에서 약간 꾸짖는다거나 의원님의 인간적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이런 부분들 많이 보여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치 유튜브(미디어)는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지금대로 가면 양 극단으로 가는 거죠. 아주 극우적인 유튜브, 아주 극좌적인 유튜브, 음모론 양산하는 유튜브들만 살아남는 것이, 지금 이렇게 내버려 두면 그렇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자본주의도 내버려 두면 양극화 되는 거잖아요. 촘촘히 규제하니까 모든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오는 건데, 이래서 국회에 있는 보좌진 선생님들이 중요한 겁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내란 계엄이 일어났는데,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가 유튜브를 보고 부정 선거를 믿었다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그걸 처벌해야 되는 거예요. 가짜 뉴스로 인해서 한 나라를 뒤집게 만들었는데.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이 아무 처벌을 받고 있지 않아요. 유튜버들이 나쁘다고 하는데 저는 유튜버들이 그렇게 된 이유는 알고리즘이 그렇게 꽂아 주기 때문에 돈이 되는 방향이 자극적이고 가짜 뉴스를 해야 돈이 되니까 유튜버들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거든요. 자극적이고 가짜 뉴스가 돈이 되게 만드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지금 너무 없다.

유튜브 시장을 지금 이대로 놔두면 저는 망하는 거고요. 양 극단이 잘 되는 거예요. 자본주의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큰 회사만 잘 되는 거고 중소기업은 안 되는 거죠. 근데 그거를 잡기 위해서 이제 규제가 필요하고 정치가 필요한 거잖아요. 정치가 더 나은 유튜브 플랫폼, 미래 방송, 미래 미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공정하거나 팩트를 추구하거나 사실 관계를 말하는 채널에게 플랫폼들이 어드벤티지를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거는 제 생각에는 정치의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의원님들도 지금 자극적인 유튜브 타려고 고군분투하잖아요. 그러니까 의원님들도 이거 바꾸는 것이 자극적인 유튜브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걸 멈출 수 있는 길이에요. 그래서 그런 부분으로 해야 긍정적인 발전이 될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요원하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자극적인 것을 원해서 플랫폼 기업이 그런 알고리즘을 짜는 것인데, 이를 바꾸라고 하면 플랫폼 기업들이 따를까?

이건 되게 반복된 역사예요. 신문도 처음에 정론지가 있고 엄청 자극적인 옐로우 페이퍼, 황색지들이 있었는데 규제를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잖아요. 방송도 자극적으로 CCTV 틀면서 살인 사건, 사건사고 보여 주는데 방통위에서 규제하잖아요. 모자이크 안 치고 하면.

근데 유튜브는 지금 규제가 전혀 없단 말이죠. 근데 이게 유튜브라는 매체를 보니까 새로운 것 같지, 이 이슈는 1920년대부터 계속 되어 왔던 거예요. 그리고 이 이슈에 대해서도 정리가 많이 되어 있어요. 신문이나 방송을 우리가 뉴스를 어떻게 봐야 되는지,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되는지 되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준용해서 유튜브를 바라볼 수 있는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반적으로 표준적인 알고리즘, 뉴스에 관해서는 표준적인 알고리즘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과학자들도 불러 모으고 엔지니어도 불러 모아서 표준적인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표준계약서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표준적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줘야 되거나 표준적 알고리즘 규칙이라든지, 표준적인 프롬프트를 좀 제안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실무 팁 하나 드리자면... '제미나이(Gemini)' 꼭 쓰세요. 저도 아침마다 기사 요약 받아보는데 최고입니다(웃음). 우리 보좌진 선생님들, 영감님들이 급발진할 때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좋은 참모가 되어봅시다. 고함치고 가짜뉴스 퍼나르는 의원님들... 제가 실명은 거론 안 하겠지만, 우리가 감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알고리즘을 바꾸는 건 '좋아요'를 누르는 시청자의 손가락입니다. 부디 자극적인 맛에 너무 빠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 뿐만 아니라 극단적이지 않은, 사실을 추구하는 유튜브들 보면 여러분들이 ‘구독과 좋아요’ 눌러 주시면 알고리즘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해 주신 센터필드의 고승혁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