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어느새 정치권에서도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과거 인맥을 통해 소위 접대라는 방식을 벗어나 이제는 전문성과 기획, 전략을 통해 정책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정책 컨설턴트도 정치인, 국회 보좌진 출신에서 전공자, 기업 출신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정책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대해 오랜 시간 근무하고 전문성을 쌓아오신 OOO님께서 편하게 그 속사정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마련했습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PA/GR/GA/대관/로비/CA/CR 등등 현재 제가 속해 있는 분야의 컨설팅 업무는 그 범위나 성격이 법무나 마케팅 혹은 광고/홍보처럼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대관업무(Government affairs)라고만 검색해서 나오는 직무 혹은 직무 설명만 보셔도 기업들마다 요구하는 요소들이 천차만별임을 아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자면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세간의 로비스트, 대관, 정책 업무 등을 고민하시는 사회 초년생 혹은 학교에서 곧 졸업하시는 분들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하실 수 있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일념으로 인터뷰에 응합니다.

 


 

정책 컨설턴트의 업무와 특징

 

제가 아는 정말 날고 기는 여러 선배, 후배님들이 계시지만 저의 부끄럽고 하찮은 주관적 견해를 공유드립니다. 먼저 속칭 정책 컨설턴트는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다분해 단어 하나하나 끊어 설명드리겠습니다.

 

  • 정책: 정책 컨설턴트는 정책과 관련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흔히 정책결정이라고 하는 역할은 응당히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표자들께서 하는 업무입니다. 제 부끄러운 소견은, 결정권자들께서 고려하실 때 이러한 시각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업무를 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해 있는 분야는 고민과 자기 검증이 특히 많은 분야입니다. 잘못하다가는 혹은 매너리즘에 빠져서 오판을 내리면 상상하지 못한 최악의 결과가 회사 혹은 개인한테도 올 수 있습니다.

 

  • 컨설턴트: 흔히 에이전시(agency)라고 부릅니다. 용병이에요. 인하우스의 인력자산(asset)들이 정규군이라면 에이전시는 용병입니다. 용병을 사용하는 것은 3가지 요소에 기인해서 사용한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1. 현지에 회사 자산(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피해가 막심할 것이 예상될 때, 2. 정규군 편제상 할 수 없는 작전일 때, 3. 정규군으로 했는데 안 되어서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앞서 말한 것을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제가 하는 업무는 1)용병으로써 한국 상황을 해외 클라이언트에게 열심히 떠먹여 주는 것, 2)여건상 가용 자원으로서 가장 믿을 만해서 혹은 여러 산업을 동시에 아주 넓고 얇게 알고 있어서 간혹 얻어걸리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생각 같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제 업무의 특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다 보니 정말 음습하군요. 이쪽 업계 업무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치 구조(Value chain) 특성상 위에 3가지 요소로 순차적으로 움직일 것 같습니다. 기업 규모에 따라서 위의 3개를 기능적으로 쪼갤 수도 있고 혼자 저 3개를, 심지어 여러 국가를 같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짜 일당백들임요)

 

  • 현상 분석: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정책 영향 평가를 하는 업무입니다.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평가하고 가능성을 시나리오로 그리는 것이 업무입니다. 예를 들면 이번 정권 공약에 들어간 1형 당뇨 관련 공약이 장애인 주차 공간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같은 것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막 지어낸 거예요ㅎ). 반대로 시장에서 무알콜 맥주(아예 알코올이 없는, 참고로 비알콜은 1% 미만)를 만들었는데 현존 규제 및 정책에서 어떤 처우를 받을지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예상해 보는 업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기획: 현상 및 영향 분석 다음에는 기획 업무가 있습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기반해 대응 혹은 공략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이 이 업무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획을 할 때 중요한 점은 문제 혹은 목표가 속해 있는 산업/분야뿐 아니라 주변도 살펴보면 더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만약에 타국과 FTA 협상 기획 혹은 중이라면, 한국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해외 기업은 한국 정부를 도와서 협상 상대편 국가로부터 이득을 취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한국 정부로부터도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설명을 위해 과장된 소설입니다).

 

  • 활동: 기획한 것들을 실제로 현실화 시키는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실제로 실행하는 업무인지라 듣기로는 이 단계의 업무가 요즘 MZ들과는 안 맞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사람 만나고 얘기하는 것을 즐겨(혹은 자기 합리화) 하실 수 있는 T나 I인분들은 이 시장이 열려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말이 엄청 길어졌군요. 제가 하는 업무는 사회에 대해서 정말로 넓고 깊게 통찰하는 업무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집단으로 구성된 사회를 관찰/이해하고 여기서 정합한 솔루션을 내는 것이 제 업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책 컨설턴트의 임금 수준

 

에이전시나 인하우스나 정말로 사람마다 다릅니다. 산업별 직급별 X/Y 축에 다른 변인들이 너무 많고, 심지어 이걸 국가별 구분 축인 Z축으로 상정하면 그냥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 다 다릅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여기서 오래 일하시는 분들은 밥을 아주 잘 사주십니다.

 

 

정책 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방법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만 동시에 누구나 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근거에 기반한 자기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곳이라, 들어오는 것은 쉬울 수 있으나 들어와서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와 시사에 관심이 많고 그리고 정책이나 이슈에 대해서 가치 중립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계시면 입사 면접은 통과하실 겁니다(에이전시 회사 기준에서).

 

이 말인즉슨 면접에서 현재 본인이 사회 이슈 중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와 왜 관심을 가지는지 묻는 질문에 자기 의견을 가지고 답변을 하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무알콜 맥주를 왜 미성년자에게 팔지 못할까’, ‘인구 대비 성혼율이 왜 낮을까’, ‘트럼프 시대의 다자 무역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재명 대통령 시대의 플랫폼 사업 관련 공약과 사업자들의 영향 예측’ 등 답변을 자기의 생각과 함께 공유해 주실 수 있으면 엔트리 인터뷰는 통과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회사가 속한 특정 산업을 더 잘 알고 있으면 프리미엄이 붙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통과해 자리에 안착하셨으면 자기 생각을 서면으로 잘 정리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고객사는 구두로도 보고를 받지만 서면으로 정리된 것에 기반해 보고를 받으면 더 정확한 상황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사 면접은 주로 앞서 말한 세 가지 업무 중 현상 분석을 주로 합니다. 따라서 상상력이 많고 이를 과거 사례에 기반해 설명하실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한 개인이 한 현상을 보는 것은 언제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개인이 상대적으로 더 넓게 볼 수 있으면 이는 장점이고 이를 위해서는 ‘what if'라는 사고가 중요합니다.

 

 

정책 컨설턴트의 미래

 

사실 잘 모르겠는데 제가 좋아하는 법무 쪽 클라이언트가 저에게 말해 주신 것이 있었어요. 그분이 법 분야와 달리 제 분야는 아트(art)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아트는 예술이 아니고 테크닉? 스킬?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왜 아트라고 하셨을까라고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제 업무에 변인들이 너무 많아서 1+1=2가 아닌 분야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다이나믹 코리아답게 블랙 스완 이벤트(Black swan event,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발생했을 때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오며, 사후에는 마치 예측 가능했던 것처럼 보이는 사건)가 상당히 꽤 자주 벌어집니다. 그 말인즉슨 AGI(인공 일반 지능) 비용이 사람 한 명 비용보다 저렴해지고 + 로보트가 주권을 인정받아 자기 의견을 정책에 피력할 수 있기 전까지는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그러다 대체되면 아트하는 거죠 본격적으로.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ㅎㅎㅎ

 

 

맺음말

 

사실 여타 컨설팅에 비해서 이쪽 컨설팅은 호흡이 매우 깁니다. 그래서 결과도 잘 안 나올 수 있어 지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1만 개 중에 하나가 바뀌는 거 보면서 저 흐름에 ‘나도 그래도 현장에 있었다?’ 하는 보람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제 극히 제한적인 견해지만 이 업계는 경계선이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신 분들은 다른 뚜렷한 주관을 가지신 분들과 논의 및 조율을 하면서 즐겁게 일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런데 생각해보면 편의점 사장님들이 가장 다양히 그리고 많이 만나보시겠군요.ㅎ 뭐 사무직 중에는 특히 백오피스 기능 중에서는 단연코 가장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실 겁니다. #질척질척

 


 

재미나고 솔직한 인터뷰를 해주신 OOO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