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예산이다’의 마지막 시리즈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국회의원실의 정의일 보좌관님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정의일 보좌관님은 20년 가까이 국회와 청와대에서 근무하셨으며, 지난 '23년에는 예결위 간사방에서 활동하셨습니다. 국회 예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금! 예결위 간사실의 예산 업무 노하우를 가감 없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국회 예결위 간사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위원회의 구성, 일정, 안건 심의 등 위원회 운영 전반에 대해 협의한다는 점에서 업무의 본질은 상임위 간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위원이 50인으로 많고, 소관기관이 전 부처이며, 안건이 결산과 예산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예산안의 경우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법정 시한인 12월 2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국정감사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내에 677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심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신속한 심사를 위해 쟁점이 있는 상당수의 사업이 보류되는데 이들 사업은 간사 협의로 결정합니다.

 

 

🎙️예결위 간사실에서 보는 예산의 주요 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예산의 중요 순위라기보다 정책예산과 지역예산으로 나누어보아야겠습니다. 각 정당은 예산안 심사에 앞서 심사방향을 발표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25년도 예산안 심사방향을 발표하면서 초부자감세·권력기관 예산을 감액하고, 지역사랑상품권, 고교무상교육, 재난안전, 재생에너지, 아동수당확대, AI지원 등에 대한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결위 간사실에서는 당 정책위 및 각 상임위와 협의하면서 소속 정당이 추진하는 정책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예산 시즌이 되면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확보에 나서는데, 간사실에서는 소속 정당 국회의원들의 지역사업 예산 반영을 위해 기재부 예산실과 협의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원 보좌진뿐 아니라 전국의 거의 모든 광역, 기초자치단체들이 사업 설명을 위해 찾아옵니다.

 

 

🎙️야당과 여당 간사실에서 예산 조율은 어떤 프로세스로 이뤄지는지?

 

계수조정소위라는 이름으로 많이들 알고 계신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상임위별 소관기관별 증·감액 의견이 제기된 사업들을 심사합니다. 회의 과정에서 정리되지 않은 쟁점사업들은 간사협의 사항으로 보류하는데, 이들 사업은 소위 종료 후 또는 소위 기간 중에도 수시로 간사 협의를 합니다. 여기에 정부 측에서 기재부 2차관, 예산실장, 예산총괄과장이 참여하고, 국회에서는 예결위 수석전문위원과 총괄과장 등이 참여해 합의사항을 정리합니다. 만약 간사 협의에서도 쟁점이 최종 정리되지 않는 경우에는 각 당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로 구성된 3+3협의체나 2+2협의체로 협상을 이어가게 됩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의 민원 예산 및 쪽지 예산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 왔을 텐데 어떻게 처리하셨는지?

 

물리적인 양도 많지만, 각 지역에서는 사활을 거는 사업들이고, 난이도도 높습니다. 간사 혼자서는 절대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예산소위 위원들이 담당 지역을 정해서 사업을 취합하고 정부 측과 협의하도록 하고 간사실은 협의 진행상황 전체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합니다. 이번 주부터 예산소위가 진행되는데, 곧 요청사업을 취합할 것입니다. 각 의원실들에서는 제기할 사업의 정확한 사업명, 사업코드, 정부안에 반영된 금액, 요청사항, 제기의 근거 등을 미리 정리해두고, 특히 사업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두어야 합니다.

 

 

🎙️미반영된 예산들로 인해 고충이 많으셨을 텐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는지?

 

불만, 원망, 항의하시는 분들이 실제 있습니다. 요건이나 절차가 좀 부족해도 소위 ‘쪽지예산’으로 밀어 넣으면 될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예산이 미반영되면 예결위 간사나 소위위원이 신경을 덜 써서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합니다. 저 역시도 예결위 업무를 해보기 전에는 ‘쪽지예산’, ‘나눠먹기’ 같은 예산 심사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국회가 예산안에 대한 심사의결권을 갖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한편으로 증액에 대해 정부는 동의권을 갖습니다. 정부와 협의를 해보면 절차나 요건에 문제는 없는지, 지방이양사업은 아닌지, 지방비를 매칭해야 하는 지자체는 동의를 하는지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옵니다. 의원실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와 반론이 있어야 합니다. 그냥 ‘해줘라’가 통하지 않습니다.

 

 

🎙️국회 예산 시즌에 예결위 간사방 보좌관을 만나는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들도 있는데 간사방을 컨택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흡연실에 종종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져서 6층에 진을 치고 기다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일과시간 중에는 예결위뿐 아니라 간사가 참여해야 하는 회의가 많아서 전화 받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녁에 남겨진 문자를 확인하고 콜백을 했는데요, 우선 문자나 카톡으로 요청하는 사업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두고 통화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결위 간사방 보좌관으로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에게 주실 꿀팁이 있다면 무엇인지?

 

예산을 ‘딴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세운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순서로 말씀드리면 첫째는 정부예산안에 충분히 반영하고 국회에서 삭감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정부예산안에 좀 모자라게 반영된 것을 증액하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것은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을 신규로 증액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초 지자체의 사업계획 수립 때부터 의원실의 추진사업이 반영되도록 하고, 해당 사업이 선정되도록 광역지자체와도 협의해야 하며, 해당 부처의 예산요구안, 최종 정부 예산안에 반영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원론적인 말씀이라 죄송합니다만, 각 의원실들의 예산확보 과정을 다 볼 수 있는 간사실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방과 그렇지 않은 방의 차이가 명확합니다.

 

 

🎙️마지막으로 국가 예산을 다루시면서 느꼈던 소회는?

 

67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국민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심사·의결하는 것은 국회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국정감사 후에도 쉼 없이 종합정책질의와 부별심사를 준비하신 예결위원실들, 그리고 앞으로 2주간 더 고생할 예산소위 의원실들에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인터뷰 해주신 정의일 보좌관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