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무적인 감각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무적인 감각을 기른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배울 곳도, 가르쳐줄 사람도, 공부할 방법도 정해진 것이 없죠.
국회 보좌진으로 당 지도부를 경험하고 정치부 기자도 역임했던 박용규 님으로부터 정무감각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필자 소개: 박용규
- 정치학 박사 과정
- 전)국회 보좌관
- 전)머니투데이 정치부 기자
📝기고문 주제
- 보좌진의 정무적인 감각을 키우는 방법
- 현안에 대한 정무적인 분석을 통한 정무적인 감각 키우기
정치판 읽기, “목적 없는 워딩은 없다”
첫 번째 글 이후에 여러 피드백을 참고해 보니, 정무감각 높이기라는 주제보다는 ‘정무적 일하기’라는 말이 조금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감각이라도 현실에서 쓸모가 있어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정무적 일하기의 첫 번째는 아무래도 정치판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난 정치는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분들은 안 계실 겁니다. 요동치는 정치판이 워라밸과도 직결되니 사실 알고 싶지 않아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말(글)’로 하는 전쟁입니다. 단순히 화려한 언변을 겨룬다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현재를 관통하는 해박한 지식, 상대의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표현, 반박하기 어려운 정연한 논리가 주무기라는 뜻입니다. 이런 무기에 ‘현안’이라는 탄약이 시기마다 바뀌어 가면서 장착될 것입니다. 이 무기를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겨냥하면 질의서가 될 것이고, 법률 개정을 겨냥하면 개정안 작업이 될 것입니다.
무기를 잘 벼리는 것이 전쟁 준비의 시작일 것입니다. 정국 분석에는 주요 이슈의 히스토리, 즉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말했는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예컨대, ‘대통령(누가)이, 도어스태핑(어디서)에서, 모두발언(어떻게)으로 OOO(무엇을)을 말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워딩이니 당연히 뉴스를 도배할 것이고, 그날의 정치에 핵심 주제가 될 것입니다. 당연히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왜’라는 것입니다.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가 정권을 잡는 것,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총선 승리를 위한 것이다라고만 하면 정국 분석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궁극의 목표를 위한 중단기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다’입니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국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수세라면 판세를 뒤엎을 반전카드가 필요할 것입니다. 논란이 되는 주제에 직접 반박하면서 역공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주제로 화제 전환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꼬리 자르기, 물귀신 작전도 동원됩니다. 반대로 공세라면,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의혹 제기로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판을 키울 것입니다. 대개는 야당은 대통령을 여당은 야당 대표 또는 유력 대선주자를 필수적으로 연결시키게 됩니다.
정치판을 읽기 위해서는 꼭 빼놓지 않고 살펴봐야 할 것들을 살펴보면, 여야의 아침 회의 발언입니다. 꼼꼼히 다 읽어보면 좋겠지만, 적어도 키워드는 살펴봐야 합니다. 주요 정치기사에 인용되는 워딩이 있다면, 그 전후 맥락을 살펴보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합니다.
하루에도 지상파, 종편, 라디오는 물론이고 유튜브까지 많은 채널에서 정치대담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에 큰 변별력 있는 논쟁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세 가지 정도로 봅니다. 먼저, 새로운 팩트를 제기하는가, 신박한 과거사를 꺼내는가의 두 가지는 사실관계와 관련해 중요하게 살펴보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으로 ‘왜’를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왜’는 여러 가지에서 제기됩니다. 왜 지금 이야기하지?, 왜 저 사람이 이야기하지?, 왜 저런 표현을 쓰지? 등등입니다. 대담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두서없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포인트를 잡고 들어보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국 분석이라는 정무적 일하기는 의원실 업무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SNS에 정국에 대해 한마디씩 합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팩트, 날카로운 정국 분석, 지지자들을 환호하게 만들 우아하면서 촌철살인하는 지적 등을 SNS에 담고 싶어 할 것입니다. SNS 글이라는 것이 대개는 이슈 대응이 주요 용도이기에 정국 분석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상임위원회 준비과정이나 법률안 입안과정도 밀접하게 관련이 될 것입니다. 전세사기, 가상화폐 등등 최근 주요 현안 관련 입법안들이 쏟아지는 것도 정무적 일하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다 미시적으로 정국 분석은 국회의원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300명이 되는 국회의원들을 둘러싼 사건사고들은 많습니다. 이 중 몇 가지는 정국의 핵심으로 솟아오릅니다. 사건사고를 보고, 정국에 미칠 파장을 예상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는 괜찮은가’라는 의문 속에 점검하는 것입니다.
정국 분석은 정무적 일하기의 시작입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정치판에는 목적 없는 워딩은 없습니다. 생물같은 정치라 정국 분석도 당연히 살아 움직입니다. 어제의 우세가 오늘의 열세가 될 수도 있고, 새옹지마 같은 일도 흔합니다. 무엇보다도 실무에 적응하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위기관리의 기본적인 단서가 된다는 점도 기억해두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