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주요 권한 중 하나는 정부 예산 심의·의결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과 다르게 많은 국회 보좌진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번 주에는 제1편 "8월, 국회 예산 전쟁 시계는 이미 가동 중!", 제2편 "예결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이어 제3편에서는 "우리가 잘 몰랐던 예결소위!"를 준비했습니다. 매 연말 엄청난 예산 전쟁이 벌어지는 예결소위의 숨겨진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필자 소개: 정찬호

  • 법무법인 YK 입법전략본부장
  • 국무총리실 소통메시지비서관(국장급)
  • 원내대표실 정무특보
  • 국회의원실 보좌관

 


 

🗝️우리가 잘 몰랐던 예결소위!

 

이번에는 예산안조정소위(계수조정소위) 관련 팁이다. 소위 위원이 15명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예산안조정소위 경험이 있는 보좌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 소위 활동이 대부분 비공개이다 보니, 그 내밀한 실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민주당의 경우를 예로 들면, 총괄 역할을 하는 간사를 제외한 7명의 소위 위원들은 2중의 책임(부처별 책임의원/지역별 책임의원)을 부여맡는다. 부처를 3~4개씩 나누어 예산안 감액을 담당하는 책임의원이 되고, 또 가령 서울/경기1/경기2/충청/전북/전남․광주/영남/강원․제주 등 7개 권역으로 묶어 해당 지역의 책임의원이 되기도 한다.

 

지역별 책임의원실에는 기재부 예산실의 과장이 1명씩 배치돼, 전담 관리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거와 달리 소위 위원들은 감액만 심사하고, 증액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증액 심사는 온전히 위원장, 간사, 기재부 2차관/예산실장 등이 회의록 없이 밀실에서 결정한다. 그것도 예산 법정 시안에 임박해서 급하게...

 

예결위 심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지역구 쪽지예산이다. 지역별 책임의원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동료 의원님들의 예산을 잘 따내면 그 권역의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가차없이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예산안조정소위(신정훈의원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광주․전남 각 의원실별로 5개 내외의 신규․증액 예산안을 접수받아서(총 100여개 내외), 기재부 전담 과장과 지리한 협상을 벌인다. 기재부가 각 사업별로 ○, △, ×, ××(절대불가) 를 표기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면, 다시 의원실에 그 결과를 알려주고 수정된 사업 목록과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다시 받아서 토스한다.

 

아래 샘플을 살펴보자. 2022년 11월말 광주시 사업에 대한 기재부의 2차 심사 결과의 한 대목이다. 대부분 빨간 글씨로 ‘수용곤란’, ‘수용불가’로 돼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안반영’의 의미는 이렇다. “비슷한 사업이 정부안에 있으니, 그걸로 대체해달라”. 또 ‘추후검토’의 의미는 이렇다. “기재부 입장은 현재 수용불가이니, 의원님이 알아서 여기저기 뛰시라”. ‘일부 수용’은 기재부가 제시하는 대로 전체 사업규모 축소, 국비 비율 축소 등에 동의하면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예외적으로 ‘전체수용’이 있는데(광주 고자기장 용역비), 이것은 당 지도부의 정치적 딜의 결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렇게 서너 차례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기재부는 절대 甲의 위치에, 의원실은 乙이나 丙의 위치에 서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향후 반드시 헌법을 개정해, 예산편성권을 국회에 가져와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로, 발 빠른 의원실에서는 지역별 책임의원 외에, 예결위원장/간사,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국회의장/부의장/사무총장에게도 쪽지 예산을 부탁한다. 특히 국회의장/부의장/사무총장의 경우 기재부를 담당하는 예결위 수석전문을 휘하에 두고 있기때문에, 상당한 파워를 행사한다. 매일 매일, 혹은 실시간으로 예산 반영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지역 사업의 경우는 이 루트를 활용하는 것이 대단히 효과적이다. 사실 이 부분은 많은 보좌진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여당의 경우 대통령실을 통해 기재부에 쪽지 예산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통로가 추가로 있기도 하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동일한 쪽지 예산을 여러 군데서 요청받으면 그 사업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강한 유인이 된다. 예컨대, 특정사업이 대통령실/원내대표/지역 책임의원 등 세 군데서 접수되면, 이 사업은 어느 순간 X에서 ○로 바뀐다. 기재부 입장에서 ‘1타 3피’가 돼, 여러 곳에 생색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의원실이 쪽지 예산 확보를 위해 정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하는 이유이다. 경험상, 각 의원실의 평균 쪽지 예산 반영 건수는 2~3개 정도 되고(신규 외에 증액 포함), 원내대표/예결위 소위 위원 등은 6~7개까지 달하곤 한다.

 

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나면, 많은 언론에서 “실세 정치인, 무리한 쪽지 예산 눈총” 식의 기사와 사설을 싣기 마련이다. 여기에 이름 한 줄 실리면, 그야말로 왕대박이 아닐 수 없다. 문자, 의정보고서에 그대로 앉혀서 홍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 2023년 12월 3~4일 기사에 모시는 의원님의 이름이 활자화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부지런히 뛰시길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