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주요 권한 중 하나는 정부 예산 심의·의결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과 다르게 많은 국회 보좌진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때문에 셀럽에서는 과거 몇 차례 예산 업무의 노하우를 알려드리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총 2회에 걸쳐 1)지역구 예산 확보, 2)국회 예결위 업무를 다룰 예정입니다. 20년 넘게 국회와 정치권에서 역할을 해오신 정찬호님께서 좀 더 깊고 은밀한 보좌진의 예산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셨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필자 소개: 정찬호

  • 법무법인 YK 입법전략본부장
  • 국무총리실 소통메시지비서관(국장급)
  • 원내대표실 정무특보
  • 국회의원실 보좌관

 


 

💰8월, 국회 예산 전쟁 시계는 이미 가동 중!

 

정부 예산안에 지역사업 1~2개는 미리 꽂아야

 

8월은 통상 국회 보좌진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기이자, 9~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요구에 집중할 때이다. 예결위 관점에서 본다면, 상임위의 ‘결산 예비심사’를 가볍게 준비하면 된다고 흔히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의원님들의 지역구 사업과 직결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8월에 이미 한 차례 결정된다는 사실을 환기시켜드리고 싶다. 예산 프로세스를 잘 아는 보좌진들은 기재부 예산실의 미결·쟁점사업 심의가 한창인 이 시기에 지역의 주요 현안사업 예산을 조용히 정부안에 밀어넣는다.

 

통상 국감이 끝나는 10월~11월에 지역구 예산을 넣으려는 대다수 보좌진들과 달리, 일부 발빠른 의원실은 8월 정부 예산안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미리 지역구 사업을 집어넣고, 정작 10~11월에는 여유 있게 보낸다. 이미 지역 사업을 정부안에 실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증액된 신규 쪽지 예산(통상 의원별 2~3건)과 합쳐, <지역 사업 예산 성과>를 2배로 부풀려 홍보할 수 있다.

 

예컨대, 2021~22년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위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의원실에서는(나주·화순) 정부안 예산 반영 성과를 바탕으로 이미 8월에 “나주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타당성조사 용역사업(총사업비 9천억) 등 신규사업 확보 쾌거” 라는 보도자료(21.8.31)를 배포한 바 있다.

 

좀 더 발품을 파는 보좌진들의 경우, 의원님을 모시고 직접 세종시에 내려가 기재부 담당 국과장을 만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관련 사진과 함께 SNS,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역 주민들을 감동시킨다. 최근(23.7.11) 국민의힘 김승수의원실(대구북구을)에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는데, 박수 받을 만하다. “김승수 의원, 3년 연속 기재부 방문. 추경호 부총리 등 만나 국비확보 총력”.

 

사실 이러한 팁은 기재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예산실 직원들도 사람이다 보니, 여의도에서 전화로 손쉽게 요청하는 것보다는 세종에 직접 내려와 부탁을 하게 되면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뭐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한다”는 것. 10월~11월 예산 정국때만 되면 300명의 의원님들이 예산실 문을 두드리게 되는데, 8월에 미리 여유있게게 작업을 해놓으면 좋지 않겠는가?

 

참고로, 아래 2021년도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 작성한 <예산심의 일정>을 살펴보자.

 

 

휴가 시즌인 8월에 정부 예산안의 미결·쟁점사업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이 미결·쟁점사업 목록에 웬만한 지역구 사업들이 태워져 있음은 불문가지이며, 이 외에도 신규 사업을 이 단계에서 집어넣을 수도 있다. 관련된 예산 심사 내용과 애로사항은 지자체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므로, 지자체 국비팀장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 예산안 편성과정이 나와는 무관한 프로세스가 아니라는 것, 지역구 사업을 밀어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비례 의원실의 경우 관심 R&D 사업이나 민원성 사업을 편성), 남들 쉴 때 조금만 발품을 팔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