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해 보이는 정책도, 반대편에서 한 번 더 보세요
국감 아이템의 프레임을 전환하는 법
국정감사를 준비하다 보면 매년 비슷한 주제를 만나게 됩니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고 정부의 답변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같은 정책도 질문의 방향을 바꾸면 새로운 문제가 보일 수 있습니다. 정부 정책은 한쪽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른 쪽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감에서는 ‘이 정책 때문에 반대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는가?’, ‘정부가 놓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를 한 번 더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프레임 전환은 정책의 사각지대를 찾아 보완하는 과정입니다. 이미 알려진 문제에서 한 단계 더 파고들다 보면 같은 이슈에서도 우리 의원실만의 논리와 새로운 국감 아이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매년 지적되는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를 예로, “오남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까지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시각으로 실제 질의서를 구성해봤습니다.
프레임 전환의 3단계
① 정책의 목적을 확인한다
‘정부는 왜 이 조치를 했는가.’ 정부의 논리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뒤집을 수 있습니다.
② 반대편 당사자를 찾는다
‘이 조치로 불편해진 사람은 누구인가.’ 여기서 대부분의 새 아이템이 나옵니다. 규제를 강화하면 부적절한 사용자만 걸러지는 게 아니라, 정당한 사용자도 함께 걸러집니다.
③ 국제 기준·해외 사례로 검증한다
‘다른 나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가.’ WHO 기준이나 주요국 사례는 내 주장이 아니라 국제 기준이 뒷받침한다는 근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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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서 예시
규제 일변도의 비만치료제 정책,
정작 필요한 환자는 치료받고 있습니까?
[현황]
비만치료제의 수요 급증에 따른 부적절한 처방 및 유통 문제 대두
O 체중 감량 및 혈당 조절, 심혈관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비만치료제 사용 수요가 급증
-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처방 문제 대두
- 온라인, 해외 불법 구매 확산과 같은 문제 발생
비만치료제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정부 규제 강화
O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문제는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돼 옴
- 이에 정부도 비만치료제의 적정 사용을 위해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음
- 식약처는 비만치료제(GLP-1계열)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26-275호 2026.06.05
[쟁점]
1. 비만은 미용이 아닌 질환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이상지질혈증, 지방간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과 직접 연관
O ‘오남용자’와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동일한 정책 프레임 안에서 바라본다면 규제의 부작용으로 정작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까지 낮아질 수 있음
- “누가 비만치료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가?”뿐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데도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는 누구인가?”의 접근이 필요
2. 치료 접근성은 건강형평성의 문제
경제적 여력에 따른 치료 차별 확대
O 현재 비만치료제 상당수는 환자가 높은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함
- 경제적 여력이 있는 환자는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는 중증 비만이나 동반질환이 있어도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 발생
- 실제 소득 수준에 따라 비만 유병률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 존재
O 오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가 정작 치료가 절실한 환자를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
3. 해외는 오남용 방지와 함께 적절한 공급도 동시에 고민
주요국은 약물 규제가 아닌 ‘올바른 사용 환경’ 조성에 집중
O WHO는 적정 사용과 함께 치료 접근성의 형평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
- 영국, BMI와 동반질환 등 임상적 기준을 적용해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치료를 제공
- 미국, 처방 제한보다 환자 선별관리 체계 구축으로 정책 방향 조정
- 호주, 24년부터 약국 복제조제 면제 대상 제외, 온라인 광고 규제 강화
[질의]
Q1. 장관님, 비만은 미용의 문제입니까, 만성질환입니까? 비만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그렇다면 정부 정책도 단순 체중감량 목적의 오남용 관리와 실제 비만 환자의 치료를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Q2. 정부는 비만치료제 오남용 방지 대책을 계속 강화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료계의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는데요.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데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계십니까?
Q3. 경제적 여건 때문에 고비용의 비만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경제력에 따라 국민 건강이 차별받는다면 문제 아닙니까? 중증 비만이면서 당뇨병·심혈관 위험 등 의학적 위험도가 높은 환자, 또는 경제적 취약계층부터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의향이 있습니까?
Q4. WHO는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보고 비만치료제의 적정 사용과 함께 공정한 접근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도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우리 정부도 국민 건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정책 제안]
① 치료 사각지대 파악
의학적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 가운데 비용 등의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의 규모와 특성을 우선 파악
② 고위험군의 우선순위 설정
BMI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당뇨병 및 당뇨병 전단계, 심혈관 위험, 지방간질환 등 동반질환과 임상적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원 기준을 검토할 필요
③ 선별적 지원모델 검토
‘전면 급여냐 전면 비급여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중증·고위험 환자나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선별급여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
④ 오남용 관리와 치료 접근성을 동시에 추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만치료제의 오남용과 유통·처방 관리를 강화하고, 보건복지부는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을 고민해야 함. 두 정책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필요
복지부와 식약처가 ‘비만치료제 오남용 방지와 적정 치료 접근성’을 함께 다루는 정책 협의체 또는 공동 검토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