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결정되는 과정과 쪽지 예산
국회는 이미 지난 주부터 예산 전쟁에 돌입했는데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작업이 국회에서는 한창입니다. 사실상 이번 주에 상임위 심사가 끝나고 다음 주 부터는 예결위로 공이 넘어갈 것입니다.
지난 주에는 국회 예산 업무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봤습니다. 이번 주에는 좀 더 심도 있게 국회 예산안 심의 프로세스별 설명을 담았습니다. 더불어 소위 '쪽지 예산'에 대한 현장 실무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은밀한 예산 심의의 세계에 빠져보세요.
1. 상임위안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사를 마치고 의결하면 이를 반영한 상임위안을 작성하게 된다. 이 상임위안에는 상임위 전체 차원에서의 증감액 의견을 담는다.
2. 예결위 전체회의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종합정책질의, 경제부처, 비경제부처질의를 실시한다. 이 때 직접 질의한 것뿐만 아니라 ‘서면질의서’를 받는데, 이 서면질의서에 증감액 의견을 담아 제출한다. 다른 의원실에서는 예결위 위원에게 부탁해서 서면질의서를 제출한다.
3. 소위 심사 자료
예결위 전체회의를 통해 종합정책질의, 경제부처, 비경제부처질의를 마치면 소위원회 심사 단계로 들어간다. 이 때 소위원들에게 전달되는 '소위 심사자료'의 ‘비고’란에 위원들의 증감액 의견이 들어간다(아래 이미지 참조). 이는 앞선 전체회의 동안 제출한 서면질의서가 반영된 결과이다.
4. 감액안 결정
예산소위에서는 감액을 먼저 결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거와 달리 소위 위원들은 감액만 심사하고, 증액은 직접적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5. 증액안 결정
다만, 예산소위 위원에게는 ‘증액 건의 권한'이 있다. 각 당에서는 소위 위원들에게 지역별, 부처별 담당을 맡도록 한다. 소속 당의 의원들은 지역구 혹은 정책과 관련한 신규, 증액 예산안 리스트를 작성하여 해당 소위 위원실에 제출한다. 소위 위원은 그렇게 제출 받은 리스트를 담당 기재부 과장에게 전달한다. 기재부가 각 사업별로 ○, △, ×, ××(절대불가) 를 표기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대략 200개를 제출하면 O를 받는 사업은 10개 정도 된다(상황에 따라 다름). 소위 위원이 챙겨야 하는 예산은 또 별도로 기재부 담당이 받아가기도 한다. 결국 증액은 기재부의 판단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기재부가 100% 다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위원장, 간사, 기재부 2차관/예산실장 등이 회의록 없이 밀실에서 결정하는 것도 있다.
6. 소소위(소(小)소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로 이뤄지는 소위 '소소위'는 보통 법정기한을 넘겨 효율적으로 예산안을 심사해야 할 경우 발동된다. 법적 근거는 없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쳐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예산에 대해 예산소위보다 더 적은 인원이 참여하는 소소위로 넘겨 ‘밀실 심사’를 하는 것이다. 소소위에는 예결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외에는 참여하는 대상이 없다. 누구도 어떤 예산이 왜 들어가거나 빠졌는지를 알 수 없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인원도 때에 따라 다르고, 기록도 남기지 않는 밀실 회의이다.(작년 감사원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자연스럽게 ‘쪽지 예산’이 힘을 쓸 기회는 이 때이다(당연히 쉽지는 않다). 쟁점이 되는 예산안의 세부적인 합의를 볼 때도 있고, 큰 틀에서 맞지 않는 예산안을 기재부에 요구해서 수정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상황에 따라 운영이 다르다.
보좌진을 위한 쪽지 예산 성공 전략 🤐
쪽지 예산: 여야가 국회 예산안 심사 막바지에 '소(小)소위원회'라는 초법적 기구를 만들어 비공개로 예산을 주고받는 관행. 과거에는 광범위한 의미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국회 심사 과정에는 없다가 최종안에 슬그머니 반영된 예산을 뜻하기도 한다.
쪽지 예산 확보는 그야말로 정보력과 발품의 싸움이다. 발 빠른 의원실은 지역 책임 의원은 물론, 예결위원장, 간사,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심지어 국회의장단(의장, 부의장, 사무총장)까지 전방위적으로 공략한다. 특히 국회 의장단은 기재부를 담당하는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을 휘하에 두고 있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루트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예산 반영 여부를 확인하며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많은 보좌진이 놓치기 쉬운 핵심 포인트다.
여당 의원실이라면 대통령실을 통한 기재부 압박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같은 사업에 대해 여러 곳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우선순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특정 사업이 대통령실, 원내대표, 지역 책임 의원 등 세 곳에서 동시에 접수된다면? 기재부 입장에서는 한 번의 수용으로 세 곳에 생색을 낼 수 있는 '1타 3피'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의원실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이다.
일반 의원실은 평균 2~3건, 원내대표나 예결위 소위 위원급은 6~7건 정도의 쪽지 예산(신규 및 증액 포함)을 확보하곤 한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언론은 "실세 정치인, 무리한 쪽지 예산 눈총"과 같은 비판 기사를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정치인에게 최고의 홍보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역구 예산 확보 능력을 입증하는 훈장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새해에 발송하는 의정보고서, 문자에 그대로 넣어서 홍보하면 된다.
※위 글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예산 심의 과정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영됩니다.


